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옷이 반으로 잘라졌으면 좋겠다.

일상

by 히팥 2025. 1. 5. 23:0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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옷의 수명은 얼마일까.

 

어렸을 때는 옷의 수명이 짧았다.

몸이 쑥쑥 커 갔기 때문이다.

 

팔이 짧아져서, 옷이 허리 위로 올라와서, 

입기 불편해진 작은 옷을 버리고

내 몸이 다시 커질 것에 대비하여

낭낭하게 큰 옷을 새로 입었다.

 

지금은 옷이 작아져서 버리는 경우가 없다.

옷이 물리적으로 파손되는 경우도 드물다.

 

간혹 구멍이 나거나, 색이 바래는 경우가 있지만

이 경우에도 버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가?

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.

 

그 약간의 물빠짐이 나만 알아보는 것인지

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

정확히 알 수 없다.

 

그래서 잘 생각해보면

결국 정리해야 하는 타이밍은

내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.

 

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옷이라도,

이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이 남들 보기에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,

그 때는 과감하게 놓아줘야 할 것 같다.

 

옷이란 건 대체로 구입한 초기에는 걸치고 나갔을 때

알 수 없는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,

그런 효과가 사라지면 굳이 입어야 할까?

 

그럼에도 쉽게 놓아주지 못하는건

옷이 기능적으로는 상당히 멀쩡하기 때문에

버려도 되나

어차피 사봐야 다 똑같은거 아닌가

하는 생각에 미련이 남게 된다.

 

그래서 짧아져 버린 몽당연필처럼

옷도 어느 정도 입고 나면

두동강이 나면 좋겠다.

미련없이 버릴 수 있게.

 

꽤 오래전,

아마 6~7년 전에 산 유니클로 바지의

색깔이 빠진 부분이

나만 혼자 신경쓰여

바지를 새로 사야 하나 고민하면서

주절주절 써봤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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